바다에서 헤어지다

Febuary 25th, 2010 09:48 / write work
 5년이 지났다. 5년전의 일이다. 그녀는 지난 5년동안 나를 찾아 떠돌았고, 오늘 아침에야 비로소 나를 찾았다. 그리고,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녀의 칼은 매섭게, 그 칼의 끝은 나의 숨을 노리고 바로 찌르며 베고 들어왔다.
 그녀의 칼에 팔이 잘렸다. 모래위에 서서, 피를 흘리며 서로를 향해 칼을 든 채, 기다리고 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발밑의 모래는 내가 흘린 피로 빯갛게 젖어 갔고, 어느덧 바닷물은 그 피의 언저리를 핥으며, 조금씩 밀려들어오고 있다. 밀물이다.

 눈앞이 어지럽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칼을 내리고 주저앉고 싶다. 도대체,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는건가? 그녀의 두 눈이 새빨갛게 타고있다. 칼을 잡은 두 손은 단단하게 쥐어져있고, 그녀의 오른발은 언제라도 나를 향해 뛰어오를듯 한발 짝 앞으로 나와있다. 그녀의 발등위로 하얀 바다거품이 출렁거린다. 밀물이 그녀의 발등까지 차오른 것이다.

 그녀의 실룩거리는 입술과 분노로 가득찬 몸뚱이가 저 앞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나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 정오를 넘긴듯 하다. 하얗게 바닷가를 태우는 태양빛에 사방이 강렬한 색을 내뿜는다
 파란 물빛과 터질듯이 부풀어오른 바닷가 근처, 녹빛의 수풀들. 하얀 모래사장. 애석하게도 그녀는 조금도 지친
기색 없이 분노에 사로잡혀, 붉은 두 눈으로 나만을 주시하며, 거친 숨을 내쉬고 있다.
 그녀의 굳게 칼을 잡은 손. 칼의 손잡이가 휘어져 버릴만큼 칼을 꽉 잡은 그녀의 손등위로 터질듯한 핏줄이
튀어나와 있다. 미치겠다.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것 같고, 헛구역질이 쏟아진다.

 도대체, 왜 나를 죽이지 못해서 저리 안달이 난거냐.

 지금 나의 유일한 관심은 해가 지는 것이다. 너무 뜨겁다. 목이 마르고, 숨이 터질것만 같아서 어서 서늘한 저녁이 왔으면 좋겠다. 해야 떨어져라. 저 수면 깊숙한 곳으로 쳐박혀라. 바다야, 나를 삼켜라. 이 년의 손끝에서 이 년의
눈빛에서 나를 건져줘라.

 그날 밤 담을 넘어 들어간 집. 그 집 어른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우리들은 고픈 배를 채우려 곡간에 숨어 들었고, 재수없게도 그곳을 지나가던 종놈이 우리를 발견하고 고함을 쳐대는 바람에, 살기위해 그 종놈의 목을 베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 애비의 목이 달아나는 것을 본 것 같다. 이 년이 그 종놈의 딸인 것 같다. 양반집 규수도 아닌, 얼굴에 숯칠을 한 천하디 천한 종년하나가 말없이 울고 있기에, 보아하니 벙어리였다. 그래서, 어디가서 쥐 죽은듯 살라하며 칼을 거두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 어린것이 이리 커서 내게 칼을 겨눈것이리라.

 이렇게 죽으려니, 눈물이 흐른다. 콧물도 줄줄 흐르고, 꼴이 말이 아니다.

 머리속에 어느덧 해가 진 바다의 붉은 태양빛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칼날을 타고 흐르던, 붉은 석양빛.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으며, 칼과 함께 붉은 석양빛에 온 몸을 담그고 서 있었던 그 날. 발가락 끝으로 만져지는 잘 마른 바다모래를 딛고 서서, 평온하다 말하던 그 날. 그 바다에서 난 지금 석양을 기다리고 있다.
 눈앞이 흐리지만, 흐릿하게라도 죽기전에 다시한번 석양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데, 순간, 눈앞에 그녀가 서 있다. 그녀의 얼굴을 보려는 순간, 그녀의 칼이 나의 정수리부터 몸통까지 반으로 쪼개며 베어냈다.
 
 얼마나.. 이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숨 쉴 시간은 얼마나.. 


                                                          
                                                                               이 년아, 미안하다. 잘 살아라.


                                                                                 - '바다에서 헤어지다' by rog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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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uary 25th, 2010 09:48 Febuary 25th, 201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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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민달 2010年 March月 18日 15時 41分  Modify/Delete  Reply  Address

    이년아 미안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빵 터졌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 roghk 2010年 March月 19日 09時 41分  Modify/Delete  Reply  Address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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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November 7th, 2009 13:41 / write work

 오래된 극장, 그 앞의 패스트푸드점. 가게안은 한산하고 메뉴판은 바뀌지않은지 이미 오래이다.
주인은 스크램블을 만들다, 나를 멀뚱히 쳐다본다.

' 커피 주세요.'

 주인에게 건네받은 커피에서 계란을 볶던 냄새가 난다. 영화시간이 거의 다 돼간다.

 아마도 내가 들어온 후로 들어왔겠지, 문가에 앉아 짙은 눈화장을 고치고 있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둘 다, 쉽게 눈빛을 거두지 않는다.

 내 손에 들린 표는 두장.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녀가 손을 들고
그에게 손짓을 한다. 짧게 건네는 남녀의 입맞춤. 순간, 그녀의 등에서 날개가 솟는다. 커다란 날개는 그녀의
의자 등받이를 벗어나, 그녀가 기대고 있던 등뒤의 벽면을 가득 채운다. 이내 자세가 불편한 듯, 날개를 푸드덕
거린다. 남자가 손에 cd를 꺼내든다.


 그녀 앞에 앉아있는 나. 그리고, 내 손에 들려있는 그녀의 얇고 하얀 손.

' 기다렸어. 오랫동안..'

 그녀가 내 귀에 이어폰을 꽃아준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주 예전, 아버지가 창가 베란다에 앉아
나무를 깍으시던 소리. 가만히 앉아 움짤거리는 그의 등판을 바라보며 무슨말이건 하고 싶었던 기억이
'툭'하고 떨어졌다.

' 마음 아파하지 마. 이리 와. 내 옆에 앉아 나를 좀 안아줘.'

 그녀가 내 품으로 파고든다. 마음이 분주해지고 정신이 없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습관들. 가게안 한 구석에
놓여있던 장난감 상자. 동전 몇개를 집어넣고 맘에드는 아무녀석이나 집어올 수 있었던 그 바구니.
 다급해졌다. 누군가 집어갈지도 모르는 그 녀석을 가져오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녀에게 집중하고 싶은데...

 ' 괜찮아. 내가 가져다줄께.'

 그녀가 일어나서 장난감 바구니에서 장난감을 하나 들고온다. 외눈박이 인형. 커다랗게 뜬 눈이 겁을 먹은 것처럼
보인다. 가만히 손 위에 올려놓는다.

 ' 넌 인형이 아니야. 내 손 위에서 머물것도 아니지. 나만큼 크고 강하고, 아름다우니까, 가서 누구든 만나렴.
  그리고, 다시는 이런 장난감 바구니 같은데 숨지 마.'

 가게를 나섰다. 햇살이 정면에서 쏟아진다. 영화는 이미 시작됐지만, 벌써 세번이나 봤던 영화이기에
상관은 없다.




 ' 당신을 이제야 만났군요.'



                                                                                        2009. 11. 5 rogh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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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7th, 2009 13:41 November 7th, 200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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