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런.. 잠시 잊었던 태도.

August 18th, 2009 15:10 / blog

 그러나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우리가 완전한 존재라면 어떻게 기도할 것인가가 아니라 지금의 모습 그대로에서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가 일세. 기도를 '베일 벗기'로 보는 내 생각을 받아들였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걸세. 실제로는 마음이 B에 대한 소원으로 가득 차 있는데 허울뿐인 간절함으로 하나님께 A를 구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지. 우리는 우리 속에 있어야 마땅할 것이 아니라, [현재]우리 속에 있는 것을 하나님
앞에 내놓아야 하네.

 친한 친구와 대화하면서 정작 마음은 딴생각으로 가득하다면 친구에게 못할 짓 아닌가. 게다가 그 친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태를 알아차리게 될 걸세. 몇 년 전 자네도 내가 큰일을 당했다는걸 눈치 채지 않았는가. 나는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말하려 했지. 하지만 자네는 5분 만에 꿰뚫어보더군. 그제야 나는 사정을 털어놓았고, 그때
자네가 한 말은 문제를 숨기려 했던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네.

 하나님 앞에 내놓는 우리의 소원이 모두 회개해야 할 죄인지도 모르네. 하지만 그 사실을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 역시 그것을 하나님께 내놓는 것이네. 그러나 자네의 질문은 그런 악한 소원에 대한 것이 아니었어.
 그보다는, 본질적으로 죄가 아니지만 그 대상의 가치에 걸맞지 않게 지나치게 원할 경우 죄가 되는 소원에 관한
것이지. 그런 소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면 기도할 때도 빠뜨려선 안 되네. 그 기도의 내용은 청원일 수도 있고
회개일 수도 있겠지. 아니면 지나친 소원에 대한 회개와 청원이 버무려질 수도 있네.

 그런 소원을 기도에서 억지로 빼 버린다면, 나머지 기도는 전부 엉망이 되지 않겠나? 모든 것을 솔직히 말한다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지나침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우실 걸세. 그러나 우리가 무언가를 떨쳐 내려고 노력할수록
그것은 우리를 짓눌러 우리의 주의를 절망적으로 흩어 놓지. 누군가가 한 말도 있지 않나. " 듣지 않으려고 애쓰는
소음만큼 크게 들리는 소리도 없다."

 균형 잡힌 마음상태는 기도로 구해야 할 축복 중 하나이지 기도할 때 입어야 하는 멋진 의상이 아니라네.

 그리고 작은 시련 속에서 하나님을 찾지 않는 사람은 큰 시련이 닥칠 때 도움이 될 습관이나 방책을 익히지 못할
것이고, 하나님께 유치한 것들을 구하지 않는 사람은 큰 것도 구하지 못할 걸세. 지나치게 고상해서는 안 되네.
 때로 우리가 작은 일들로 기도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님의 위엄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체면 때문일 듯 싶네.

                                                                               
                                                                                      - C.S.lewis, '개인기도' 중에서 -



 내가 고등학생 시절부터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하나님과 밤을 보내던 기억과 장소가 있다. 그곳이 별로 달라지지 않은채, 아직도 그대로인것에 신기하기도 하고, 얼마전부터 그 자리에 다시 머물기 시작했는데,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의 내 기도와 오늘의 내 기도. 무엇이 달라졌고, 난 얼마나 자랐나. 뇌리에 선명하게 기억되는
응답이 있다. 그때 내가 드렸던 기도는 적나라했다. 말투도, 내용도 조금은 화가 난 듯한 모습으로 솔직한 심정을
말하고, 필요를 구했던 기도. 며칠이 지나서 응답이 왔고, 나는 놀랐던 기억. 종종 하나님에 대한 나의 태도가
형식적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낄 때, 어느순간, 그 날의 기도를 떠올린다. 그렇게 정직했던 나, 거침없던 나.

 언제나 가장 바라는 한가지는 하나님과의 동행이다. 편한 친구처럼, 나의 속내를 드러내도 다 받아주는 그런
하나님에 대한 나의 태도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 나는 너를 한번도 정죄한 적이 없었다. ' 두번 다시 오해의 시간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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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8th, 2009 15:10 August 18th, 2009 15:10
Posted by rog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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